출근 5일째, 한게임 사업의 안팎을 흘깃
지난 사흘간 파칭코, 파치스로, 화투, 포커, 마작 등 우리 사업부의 게임을 해 보는 것이 제게 맡겨진 일이었습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각 게임이 제공하는 재미를 체험하면서, 게임의 재미와 경제적 가 치의 손보상이 결합되어 사용자를 사로잡는 Game Money Business라는 사업을 한게임 내부의 문 맥으로부터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엔터테인먼트, 웹, 테크놀러지, 게임 등 우리 서 비스가 속한 외부의 여러 문맥을 나열해 보고, 앞으로 우리 서비스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될 수 있을 지 생각해봤습니다. 질문 투성이의 글로서, 당장 답을 구하기 보다, 앞으로 어떤 답을 구해야 할지 방 향을 설정하는데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1 한게임 내부로부터의 이해 tag 한게임, 게임머니, 도박, 보드게임, 아케이드 게임, 온라인게임
: Game Money Business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서비스하는가?
1) 게임, 룰에 따른 기술의 조작
생각의 출발은 게임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게임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
인간의 삶은 룰을 바탕으로 하는 체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한시간 전부터 내가 따른 룰만 해도, 밥을 먹는 룰, 화장을 하는 룰, 전차를 타는 룰, 의자에 앉는 룰, 키보드를 치는 룰, 전화를 받는 룰. 인간은 삶의 다양한 층위를 구성하는 룰을 익히고, 그 룰을 지키거나 어기면서 살아갑니다. 따 라서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게임’은 인간의 삶이 이루어지는 방식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편, 흔히 말하는 좁은 의미에서 ‘게임’은, 일상 공간과는 분리된 세계를 구성하는 가상의 영역의 룰입니다. 룰에는 그것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들이 있는데, 그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조작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결과의 차이에 레벨이나 승패를 부여함으로 써, 사용자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정교한 기술을 연마하는 동기를 갖게 합니다.
2) 도박, 우연의 경험
그런데 여러 종류의 게임들 중에서 한게임의 보드게임과 아케이드게임은 특별한 성격을 갖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게임들은 결정적으로 기술의 숙련에 의해 결과의 차이를 드러내는 체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파칭코, 파치스로, 맞고, 포커, 마작 등의 게임들의 결과는 운,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의 차이를 내는 데에 있어서, 사용자의 의지와 기술적인 조작이 룰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작으며, 심지어 사용자들은 그런 것을 원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즉, 사용자가 게임에 참여하는 목적이 다른 게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어쩐지 무력감같은 것이 느껴졌었는데, 바로 그것이 해소되는 방향이 게임의 목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한참 파칭코의 날아다니는 다마들을 보다가 화장실에 갔습니다. 창밖으로 바깥 풍경이 넓게 조감되어 보이는데, 그런데 어쩐지 풍경속의 자동차와 사람들이 조그맣게 점점이 움직이는 모습이 파칭코 다마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음, 저기 소녀가 걸어가고 있는데, 또 다른 저쪽에 불이 나서 급하게 달려가는 소방차가 교차로 에서 소녀를 치어버렸다. 그런데 알고보니 불이 난 집은 소녀의 집이었다. 게다가 소방차의 일련번 호는 소녀의 생일과 같았으며, 소방차의 운전수의 이름은 소녀의 어머니의 이름과 같았다. 그런 식 으로 우연이 필연인듯한 형태로 맺어지면 놀랍겠군.’
내 주변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의뭉스럽게 벌어지는 것 투성이인데, 그것들이 어쩌다 뭔가가 맞 아떨어져 의미가 있어보이는 사건으로 조합되면 신비롭고, 재밌고, 무섭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파칭코(혹은 도박이든)가 추구하는 가치는, 바로 경이로운 기회의 탄생에 대한 기대구나. 단지 그 게 보고 싶어서 우연의 기계를 작동시키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초록책은, 도박의 쾌락은 우연을 근본 속성으로 하는 세상에서 나타나는 기적적인 확률의 기회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인 경외감과 닿아있는 것이고, 그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적으 로 추구되어온 보편적인 인간의 쾌락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서비스의 목표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도박적 쾌락(경이로운 우연의 목 격)을 추구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그 경험을 팝니다. 따라서, 우리의 일은 그러한 즐거움을 다양 한 방식으로, 극대화하는 서비스의 포맷을 만들어 내는 데에 있을 것입니다.
3) Game Money Business, 흐르지 않는 화폐
그 다음은 우리의 서비스가 지불받는 과정에 대한 생각입니다. 한게임의 컨텐츠는 무료로, 누구나 쉽게 가벼운 마음으로 해볼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사용자를 확보해왔습니다. 그래서 사용자수를 잃 지 않으면서, 지불을 받을 수 있는 포맷을 만드는 것이 한게임 사업의 주된 테마였다고 알고 있습 니다. 게임과 연계된 아바타나 아이템샵은 지불받기 위한 보루로서 존재합니다.
이에 대해서도, 도박의 게임들은 특별한 포지션을 취합니다. 도박의 즐거움은 어떤 우연을 선택하고, 거기에 재산이든 신체든 어떤 중요한 가치를 배팅해야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도박이라는 게임 자체에 지불하려는 의지를 발견하기는 쉽습니다. 그래서 도박이 이루어지기 위해 필수인 배팅물로서 보편적인 등가물인 화폐를 도입해서 판매하게 됩니다. (문득, 아바타가 되게 비싼거거나, 아바타도 늙고 아프고, 죽을 수 있고, 회복안되고 그러면 신체부위를 배팅할 수도 있었겠구나 싶네요. 그렇게 되면 엄청 잘하는 사람들은 시바신처럼 팔이 수십개) 일본에 올때 엔을 사는 것 처럼, 게임장에 들어갈때 게임머니를 삽니다. 게임머니를 통해, 게임을 성립시키는 동시에 우리가 제공한 서비스에 대해 자연스럽게 지불을 받는 구조가 완성됩니다.
그런데 실제 도박에서, 돈은 모든 가치들과 교환할 수 있는 보편적인 등가물이기 때문에 배팅물로 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머니는 어떨까요? 잃을 때는 처음 투자한 것에서 무언가가 줄고 있으니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딸 때는 이것을 늘려서 뭘하나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도박 을 하는 사람의 목적은 돈을 획득하는 것에 있지는 않다고 하지만, 도박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가치 의 낙폭이 느껴져야 합니다. 즉, 게임머니가 가치를 가지려면, 게임머니가 등가물로서 유통되는 경 제가 성립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전개되기 시작하는걸까요.
지금의 게임머니는 파칭코, 파치스로, 화투, 포커 게임별로 폐쇄된 체계 속에 들어 있습니다. 실제 의 화폐로 되바꿀 수 없으며, 원화가 엔화되듯 게임간 화폐전환도 되지 않습니다. (유저 간 실제 화폐와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러면 한정되고 닫힌 체계 속에서, 게임 머니가 교환되고 유통되면서 살아있는 가치를 가지려면, 교환될 수 있는 중요한 가치의 다른 무언 가들이 서비스 내에 설정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은 일정량의 게임 머니 에 대해 경품에 응모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게임머니에 가치를 불어넣는 일시 적인 시도를 볼 수 있긴 합니다만.
4) 한게임, 게임머니가 유통되는 경제
그래서 다시, 한게임이 가지고 있는 아바타, 아이템샵, 커뮤니티 등의 다른 서비스 카테고리를 두리번거립니다. 도박 게임이 그 자체로 지불을 받는 구조이기는 하지만, 지불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화폐가치 극대화-도박적 쾌락의 극대화-지불 극대화로 이어지는 논리로 보면) 근본적으로 게임머니가 유통되는 경제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한 경제를 구성하는 가치들을 아바타, 아이템, 커뮤니티 등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닌지(이를테면 희소가치를 지닌 인기 완소레어아이템이 생긴다던지, 아, 그러고 보니 그거 하고 있나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뭔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난척하듯 쓴거 같아 좀 창피해요. 어쨋거나 아직 잘 모른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고, 앞으로 저에게 달려 들어올 것들을 스스로 판단하고, 배워나가기 위한 사고의 베이스를 만들어 본다는 차원에서 써봤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앞으로 더 써봐야겠다 하고 생각하는 예정의 것들
2한게임 외부로부터의 이해 tag 게임, 컨텐츠, 엔터테인먼트, 웹, 테크놀러지, 절대미완
: 시대에 부응해 변화하는 (도박적) 즐거움의 형태
3한게임에서의 성나연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