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다친 시간들이 하늘을 등지고
의미와 무의미의 공간을 주름잡아
멍석말이 묶음으로 세워놓는다.
성낙흥, 2010.10.25
우리 아빠는 큰할아버지의 큰아들, 그 큰아들의 또 큰아들, 그 큰아들의 또 큰아들, 그 큰아들의 또 큰아들, 그 큰아들의 또 큰아들, 그리고 그 큰아들의 큰 아들이다. 즉, 우리집은 큰집이다. 그리고 나는 큰집의 큰딸이다.
추석의 TV 뉴스에서는 도로에서 옴짝달싹을 겨우 하고 있는 귀성차들의 행렬이 언제나처럼 나오고 있었는데, 그런 뉴스가 명절의 호스트 역할의 부담을 짊어진 큰집들을 위한 위안이 되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명절이면 언제나 우리집에 머물며 엄마와 음식준비를 하며 손님들을 기다리는 역할이었구나. 나한테 있는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호스트의 기질(혹은 디렉터의 기질)은 어쩌면 그런 가족 속에서의 역할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하고 끄덕.
그래서인지 나는 게스트로서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없기도 하다. 우선 나는, 손님은 그냥 가만히 있어도 좋아, 내가 해주는 대로 즐겨주기만 하면 좋겠어. 라고 생각하는 호스트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내가 손님이 되었을때에도 가만히 있어볼까 하긴 하는데, 그럴때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덮쳐 오는거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 있으면 염치없는 것 아닐까 하는 둥의. 기분 좋은 손님이 되려면 뭘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올해의 추석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손님의 역할을 경험해봤다. 언제부터인가 경상북도 상주에서 서울의 수서동으로 옮겨진 외갓집 방문에 따라나건거다! 큰 집 마님이신 엄마는 외갓집에서는 늦둥이 막내딸이신데,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집에 늘 오시는 작은 고모 식구들의 입장을 경험하게 되는 거였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한국 바깥에서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되면 나이 드신 외삼촌께 인사를 드릴 기회가 거의 없을 것 같았던 데에다가, 많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된 조카도 만나고 싶었기 때문에 등등의 이유들이 떠올랐다. 이번 생애 최초 외갓집 방문으로 확인하게된 몇가지 사실들은.
(1) 손님은 선물을 가져가야한다.
(2) 손님은 이야기를 가져가야한다.
(3) 손님은 호스트에 대한 호감을 가져가야한다.
(4) 손님은 호스트의 대접에 기분좋게 응할 마음과 뱃속의 여유도 가져가야한다.
우리집에서 만들지 않은 명절 음식을 처음으로 먹어봤다. 그리고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차려져 나온 한상을 의무감으로 깨끗이 비웠다. 왜 명절에는 어떤집이든 산뜻한 재료들에 밀가루옷을 입혀서 기름에 부쳐서 니글. 한 상태로 먹는 풍습이 생긴걸까.
서울에는 여섯시간동안 믿을 수 없는 양의 비가 내렸다고 한다. 한반도의 중부지역만 하얗게 된 구름사진이라던지, 리얼나이아가라폭포가 되어버린 서울대나이아가라 폭포의 동영상을 보며 무사히 서울에 도착할 수는 있을까. 결항되는게 아닐까. 역시 이번 서울행은 좋지 않은 타이밍인건가. 하고 걱정했었는데, 비행기가 구름을 통과할때 번쩍하는 섬광이 두어차례 있었던 것 빼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싱겁게 서울에 착륙했다. 마침 비행기안에서는 지구의 ‘비’라는 현상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해주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먹구름이나 천둥번개로부터 오는 공포감보다는 수증기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물방울이 맺히고 떨어지는 과학적인 과정에 대한 이해의 재미가 더 커져버려서, 사실은 좀 신났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공항에 내렸을때, 태평한 하늘과 달리 땅은 대폭우에 뒤죽박죽 유린되어, 택시들이 움직이려는 의지를 상실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현금이 없다는 말에, 현금이 없으면 찾아서 버스타고 집에 가라는 영업의욕제로의 택시기사아저씨군단의 충고를 듣고, 아 한국에 오긴 왔구나. 하고 실감하며 공항으로 되돌아갔다. 환전소에 들러 천엔을 환전해 만이천원을 받아 지하철로 향했다. 이런 지상 대유린 상태에서 버스기사아저씨도 어떤 말씀을 하실지 모르니. 공항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복도는 너무너무 긴데,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무빙워크는 운행되지 않았으며, 천장, 벽, 기둥, 바닥 전부가 흑백의 얼룩덜룩한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있었기 때문에 좀 무서웠다.
[8/4/10 10:48:23 PM] 성나연: 이 변태!
[8/4/10 10:48:48 PM] 성낙흥: 가장 정상적인 것은 변태란다
[8/4/10 10:49:02 PM] 성낙흥: 역설의 논리!
[8/4/10 10:49:04 PM] 성나연: 사실 보통의 인간이란게 없기도 하고
[8/4/10 10:49:13 PM] 성나연: 보통의 인간에 가까워지는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
[8/4/10 10:49:43 PM] 성낙흥: 가장 인간적인것이 무엇일까
[8/4/10 10:50:01 PM] 성나연: 음
[8/4/10 10:50:06 PM] 성낙흥: 미학의 근본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거
[8/4/10 10:50:13 PM] 성나연: 인간적인걸 물어서 뭐해?
[8/4/10 10:50:37 PM] 성나연: 흠
[8/4/10 10:50:40 PM] 성낙흥: 아,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그런거
[8/4/10 10:50:52 PM] 성나연: 그건 인간 말고도 다른 동물도 하잖아
[8/4/10 10:51:06 PM] 성낙흥: 그게 보편적인거야
[8/4/10 10:51:11 PM] 성나연: 응 그렇긴한데
[8/4/10 10:51:24 PM] 성나연: 그러니까 내가 인간적인걸 물어서 뭐하냐고 물어본거잖아
[8/4/10 10:51:25 PM] 성낙흥: 너는 보편의 의미를 어디서?
[8/4/10 10:51:38 PM] 성나연: 에유 그걸 알면
[8/4/10 10:51:44 PM] 성나연: 나 지금 티베트 동산에서
[8/4/10 10:51:50 PM] 성나연: 스님들 가르치고 있지
[8/4/10 10:52:00 PM] 성나연: 여기에서 이렇게 앉아있남
[8/4/10 10:52:15 PM] 성나연: 그걸 알려고 이렇게 저렇게
[8/4/10 10:52:22 PM] 성나연: 부딪히고 헤메는거 아니겠어
[8/4/10 10:55:42 PM] 성나연: 잠만
[8/4/10 10:55:47 PM] 성나연: 나 양치질칫솔 가지고 올게
[8/4/10 10:56:27 PM] 성나연: 음
[8/4/10 10:56:28 PM] 성나연: 그런데
[8/4/10 10:56:31 PM] 성나연: 그런건 있어
[8/4/10 10:57:04 PM] 성나연: 뭔가 약간 무섭고 두렵고
[8/4/10 10:57:07 PM] 성나연: 잘 모르고
[8/4/10 10:57:10 PM] 성나연: 그럴때
[8/4/10 10:57:34 PM] 성나연: 거기에 약간은 굳세게 대하고 있을때
[8/4/10 10:57:47 PM] 성나연: 나한테 붙어있던 여분들이 떨어져 나가고
[8/4/10 10:57:54 PM] 성나연: 투명한 기분이 들때가 있거든
[8/4/10 10:58:00 PM] 성나연: 그럴때 필요한것
[8/4/10 10:58:02 PM] 성나연: 남아 있는것
[8/4/10 10:58:08 PM] 성나연: 그런게 보편적인건가 하고
[8/4/10 10:58:18 PM] 성나연: 아직은 그런 정도밖에는 잘 모르겠어
[8/4/10 10:59:31 PM] 성나연: 그냥 배고플때 맛있게 먹는 덮밥 한그릇이라던지
[8/4/10 11:00:37 PM] 성나연: 며칠동안 깨끗하게 입고난 세탁하기 직전의 티셔츠라던지
[8/4/10 11:01:15 PM] 성나연 그리고 적당한 볼륨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한권
[8/4/10 11:02:08 PM] 성나연: 시끄럽게 떠들지 않지만 기분 좋은 어떤거
[8/4/10 11:02:21 PM] 성나연: 나를 가리지 않고
[8/4/10 11:02:47 PM] 성나연: 나를 다른 사람이 되게 하지 않고
[8/4/10 11:03:06 PM] 성나연: 나를 튀어나오지 않게 하고
[8/4/10 11:03:22 PM] 성나연: 그런거
오늘 아침 욤은 어제 사표를 낸 사실을 알려주었다.
오늘 점심 이치지상은 다음주 금요일까지만 출근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오늘 저녁 혜진언니는 오늘이 최종출근일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긴 시간의 고민 끝에 다들 결국은 해내는구나.
물결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하코는 자기가 하는 일을 어떻게 이야기 하고 있었더라.
음식의 재료와 재료 사이, 음식과 인간 사이의 화학반응에 대해
하코가 이전에 써두었던 글을 읽어보았다.
몇 번 읽었던 것 같은데, 긴 시간의 고민이 있었던 뒤라서인지 다시 새롭게 읽힌다.
素材+α=未知なる可能性
素材+スパイス=delicious food
素材+人=happy smile
素材や、つくる人、食べる人が互いに持つ素晴らしい個性と
未知なる可能性が引き起こす化学反応を楽しむ
実験室 labo85。
実験を通して出会った未知の可能性へのワクワク感やfreshな発見を
食べる人にも伝えていける。
そんな、心も体も満たされる
遊びゴコロのあるfoodを提案しています。
食べたもので作られる人のカラダやココロ 。1
大事な素材選びの基本はいたってシンプル。
新鮮、無添加、地産。
甘味も白砂糖ではなくキビトウや蜂蜜など
なるべく精製度が低くミネラルが豊富なものを選んでいます。
素材の持ち味を最大限に引き出すオイルやスパイスも厳選されたものを使用しています。
旬の食材を使ったケータリングやワークショップを通じて
新しい人との出会いで起こる新たな化学反応。
”その場、その時にしか出会えない最高の空間を作り出す。2”
そんなテーマで
labo85の実験は続きます。
1
자기가 먹는 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이 구성된다는 인식은 나에게도 있었다.
특히나 마음과 몸이 명백히 하나에 가까운 나에게 있어서는 마음이 먼저든 몸이 먼저든 내가 먹는 음식을 통해서 구성된다는 사실은 저절로 수긍이다.
그런데.
2
음식을 통해 바로 그 장소, 그 때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최고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는 대목에서 멈칫하며,
음식이 공간을 만들어낸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그러면 공간이란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몸이라는 경계.
몸의 안팎을 감싸는 음식.
그 안팎에서 감각하고 생각하는 몸.
그 안팎으로서의 공간.
※
한편, 이시이 히로시의 ‘앎의 섭동’에 대해서 찾아보던 중 이런 문장들을 발견했다.
우리는 우리가 보지 못한다는 것을 보지 못한다.
색채 지각 현상을 설명하려면, 먼저 우리가 바라보는 물체의 색이 그 물체를 떠나온 빛의 속성에 따라 결정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빛에 우리의 눈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즉, 어떤 신경 흥분이 어떤 섭동작용에 의해 유발되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섭동작용물의 속성이 아니라 개인의 구조이다. 우리는 세계의 ‘공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야’를 체험할 뿐이다.
생물이란 자기 자신을 생산하면서 자신의 경계도 결정하는 분자적 상호작용들의 그물이다.
자기 생성체계의 가장 독특한 점은 자기 옷을 스스로 여민다는 사실, 곧 자신의 역동성을 바탕으로 자신을 주위 환경과 다른 것으로서 구성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필연적이고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은 우리가 효과적인 예측을 할 수 있는 관찰자임을 드러낸다.
우리가 어떤 것을 우연이라고 보는 것은 우리가 그것에 대해 과학적 설명체계를 내놓을 능력이 없는 관찰자임을 드러낸다.
신경계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정보’를 ‘입수’하는 어떤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신경계는 환경의 어떤 속성들이 섭동이 될지, 또 그것들이 유기체에 어떤 변화를 유발할지를 결정함으로써 한 세계를 산출한다.
삶이 곧 앎이다.
이시이 히로시의 강연회에서 메모해 두었던 몇가지들
고독
의외성
놀라움
신체의 흔적
은유
미의식에 재현과 모방은 있을 수 없다
번역
보편적인 비전
철학
세계에 들어 있는 메세지를 읽는 것
비전을 이해하는 것
앎의 섭동
비약
무어의 법칙
푸앙카레
어포던스
엄청나게 튀어나온 못은 아무도 때려박으려 하지 않는다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길이 나의 길
자기에게 어떤 라벨을 붙이는 순간 인생은 끝
직감
무한 창조의 루프
우연과 필연
스페시움 광선
영원의 제로
존재의 분명함, 단단함
언어
기아감
삶아놓은 에다마메의 냄새와 열기가 방안 가득한 밤.
한게임 2010년 컨퍼런스가 끝난 후, 오후 휴가를 내고 하코의 생강레시피를 촬영하고 있는 이이다바시의 키친으로 갔다.
에디터, 라이터, 디렉터, 포토그래퍼, 포토그래퍼의 어시스턴트, 하코, 그리고 하코의 어시스턴트인 나.
그릇을 씻거나 재료를 손질하거나 레시피에 따라 재료를 섞고 소스를 만들거나 혹은 컵에 어울리는 코스터를 고르거나하는 손발의 역할.
오늘 촬영분이 내일로 미뤄질까봐 서두르고 서둘러, 엄청난 집중력으로 키친을 장악하고 있는 하코.
에너지가 흩어진다는 이유로 먹지 않고 책상 밑에 방치해둔 하코의 벤토가 유령처럼 서러워하고 있었다.
몇주간 라보하코의 새 웹사이트를 궁리해왔는데도 딱히 떠오르는 답이 없어서 답답해 하고 있었는데,
그럴 경우 문제는 대부분 대상을 잘 모른다는 데에서 나오곤 한다.
음, 역시 카메라를 통해 하코가 하는 일을 관찰하던 입장으로부터 벗어나, 같이 소매를 걷어올리고 요리를 하는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겠다.
나는 하코의 일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던 거지.
사람이 먹는다는 것. 자연을 그냥 먹는 것이 아니고, 이런저런 궁리를 해서 뭔가 새로운 자연의 상태를 만들어 내어 먹는다는 것.
같은 재료로부터도 완전히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게끔 하는 스파이스들.
다양한 느낌과 기능을 가진 그릇들과 도구들, 패브릭.
불과 물, 극단적인 열기와 냉기가 공존하는 공간인 키친.
하코를 이해하기 위해 나열했던 단서들을 몸의 감각으로 직접 확인해두자며,
어시스턴트 성나연은 하코의 주문에 맞추어 키친 속에서 바삐 움직였다.
라보하코의 ‘라보=실험실’은 메타포가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구조적으로 키친은 라보와 같다.
그러고보니 중학교때 가사실과 과학실의 풍경이 닮아 있었구나. 하고 납득.
머릿속에서는 유리컵의 계보와 실험용 플라스크의 계보의 치환을 시작으로,
식초에 담아놓은 피클병 옆에 보존용액에 담긴 개구리표본, 칵테일 옆에 실험용액, 티스푼 옆에 실험용스푼,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가 연속되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의 연발.
또 그러고보니 동화책 속에 나오는 마법의 약물을 만드는 마녀의 방은 키친과 라보가 분화되기 이전의 원시적인 느낌이 있다.
(다음 생각은 100727로 넘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