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아놓은 에다마메의 냄새와 열기가 방안 가득한 밤.
한게임 2010년 컨퍼런스가 끝난 후, 오후 휴가를 내고 하코의 생강레시피를 촬영하고 있는 이이다바시의 키친으로 갔다.
에디터, 라이터, 디렉터, 포토그래퍼, 포토그래퍼의 어시스턴트, 하코, 그리고 하코의 어시스턴트인 나.
그릇을 씻거나 재료를 손질하거나 레시피에 따라 재료를 섞고 소스를 만들거나 혹은 컵에 어울리는 코스터를 고르거나하는 손발의 역할.
오늘 촬영분이 내일로 미뤄질까봐 서두르고 서둘러, 엄청난 집중력으로 키친을 장악하고 있는 하코.
에너지가 흩어진다는 이유로 먹지 않고 책상 밑에 방치해둔 하코의 벤토가 유령처럼 서러워하고 있었다.
몇주간 라보하코의 새 웹사이트를 궁리해왔는데도 딱히 떠오르는 답이 없어서 답답해 하고 있었는데,
그럴 경우 문제는 대부분 대상을 잘 모른다는 데에서 나오곤 한다.
음, 역시 카메라를 통해 하코가 하는 일을 관찰하던 입장으로부터 벗어나, 같이 소매를 걷어올리고 요리를 하는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겠다.
나는 하코의 일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던 거지.
사람이 먹는다는 것. 자연을 그냥 먹는 것이 아니고, 이런저런 궁리를 해서 뭔가 새로운 자연의 상태를 만들어 내어 먹는다는 것.
같은 재료로부터도 완전히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게끔 하는 스파이스들.
다양한 느낌과 기능을 가진 그릇들과 도구들, 패브릭.
불과 물, 극단적인 열기와 냉기가 공존하는 공간인 키친.
하코를 이해하기 위해 나열했던 단서들을 몸의 감각으로 직접 확인해두자며,
어시스턴트 성나연은 하코의 주문에 맞추어 키친 속에서 바삐 움직였다.
라보하코의 ‘라보=실험실’은 메타포가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구조적으로 키친은 라보와 같다.
그러고보니 중학교때 가사실과 과학실의 풍경이 닮아 있었구나. 하고 납득.
머릿속에서는 유리컵의 계보와 실험용 플라스크의 계보의 치환을 시작으로,
식초에 담아놓은 피클병 옆에 보존용액에 담긴 개구리표본, 칵테일 옆에 실험용액, 티스푼 옆에 실험용스푼,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가 연속되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의 연발.
또 그러고보니 동화책 속에 나오는 마법의 약물을 만드는 마녀의 방은 키친과 라보가 분화되기 이전의 원시적인 느낌이 있다.
(다음 생각은 100727로 넘김)






